홍동백서 일본 유래?

홍동백서, 정말 전통 예법일까?

명절이 다가오면 차례상을 준비하며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같은 규칙을 따르는 집안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사상 배치법이 과연 오래된 유교 전통에 뿌리를 둔 것일까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홍동백서란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원칙을 말합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유교 경전이나 주자가례 같은 예법서 어디에도 홍동백서나 조율이시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배치법이 명확한 근거 없이 근대 이후 민간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겐페이 전쟁과 홍백 문화

홍동백서의 유래는 일본의 홍백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1180년 일본 헤이안 시대에 벌어진 겐페이 전쟁에서 미나모토 가문은 흰색 깃발을, 다이라 가문은 붉은색 깃발을 사용했습니다. 이 전쟁 이후 일본에서는 모든 경쟁 구도를 홍백으로 구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며, NHK의 연말 프로그램 홍백가합전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우리 전통 문화에서는 홍백이 아닌 홍청의 색 대비를 사용했습니다. 태극기의 빨강과 파랑, 신혼부부 베개의 홍실과 청실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홍백 문화가 조선에 전파되었고, 이것이 제사상 배치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 후기 신분제 변화와 허례허식

조선 후기 농업 기술과 상업의 발달로 경제력을 갖춘 평민과 중인들이 족보를 구매하며 양반 신분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양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조상의 제사를 더욱 화려하게 치르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유교 예법에 없던 홍동백서 같은 규칙들이 구전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 기록상 홍동백서는 1969년 문화공보부의 전라남도 민속종합조사보고서에 처음 등장합니다. 보고서는 홍동백서를 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이러한 조사가 오히려 일부 지역의 사례나 근거 없는 용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주자가례에서는 향토 음식을 중심으로 제사상을 차리되, 지역성과 계절성, 시대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사상 차림은 형식보다 조상을 향한 정성과 공경이 더 중요하며, 가족들이 합의하여 편안하게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